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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풍경

[기억과 풍경] 여기가 어디였던가?

by 꽃길의 청춘 2023.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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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사진을 찍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찍었으니 족히 30년은 넘었다. 하지만 여전히 초보다. 하기야 제대로 배운 적도 없고, 애를 써서 찍지 않으니 사진이 늘 리가 없다. 실력은 여전히 그때 그 시절이다. 가끔씩 예전에 찍은 사진들을 꺼내 보면 황당할 정도로 형편없다. 하지만 전혀 어울리지 않게 중요한 사진을 발견하곤 한다.

 

매번 그렇지는 않지만 거의 대부분 사진을 찍고 PC에 저장할 때는 날짜로 파일명을 정한다. 예를 들면 오늘 사진을 찍었다면 파일명을 20230504로 적는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적을 땐 '20230504용두산공원' 등으로 지명을 넣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지명은 폴더에만 넣고 사진은 잘 넣지 않는다. 폴더를 검색해 들어가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옛 사진들을 보면 날짜도 장소도 없이 그냥 그대로 저장된 것들이 많다. 예를 들면 pcs 뭐 이런 식으로 컴이나 폰, 카메라가 자동적으로 정한 파일명을 그대로 저장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말 난감해진다. 메타테이터가 남아 있으면 다행히지마 그렇지 않을 때는 어디서 무엇을 찍은 것인지 감이 오지 않는다. 오늘 이곳의 사진들도 그런 것들이다. 다행이 날짜는 남아 있다.

 

찍은 날짜는 2009년 4월 20일이다. 사진을 보니 비가 조금 내리고 있다. 달력을 뒤져보니 2009년 4월 20일은 월요일이다. GPS가 없어 장소가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기억하려 해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앞뒤 사진들을 뒤져가며 기억해 내려 해도 앞 뒤 사진들이 날짜도 다르고 장소도 달라 이 사진들과는 연관성이 없다.

 

 

 

좁은 골목과 등. 아마도 주변에 절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골목에 대한 기억이 없다. 

 

 

어떤 벽에는 담쟁이가 가득하고 어떤 벽은 아직 잎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절등은 보인다. 싹이 나지 않은 담쟁이는 죽은 걸까?

 

 

날짜는 같지만 이곳은 담쟁이가 상당하다. 혹시 날짜를 잘못 기입한 것은 아닐까? 하지만 이건 내가 기입하게 아니라 자신을 찍으면 자연히 만들어지는 메타데이터다.

 

사진을 보니 뭔가 찍으려 하지만 정말 못찍는다. 난 사진에 자질이 없나 보다. 평행도 맞지 않고 이미지를 어떻게 넣어야 할지도 모르고 아무렇게나 찍고 있다.

 


유일한 단서가 될만한 가계명이 있는 사진이지만 흐려서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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